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매형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임시 아르바이트 식으로 편의점 캐셔일을 하던 몇 달 전의 일이었습니다. 큰 가방을 맨 남루한 옷차림의 중년남성이 절뚝거리며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.
무엇을 사러 오신 것 같아 ˝어서 오세요˝ 라고 인사드렸더니매장을 잠시 두리번거리시더니 큰 가방을 내려놓고 지퍼를 열며 무언가를 꺼내시는 것이었습니다.
˝죄송합니다. 물건 사러 온건 아니고요. 양말 좀 팔려고 그러는데요.˝
라고 이야기 하시는 것이었습니다.
˝양말은 우리 매장에서도 파는데요. ˝
라고 말씀드리자 실망하신 기색이 역력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계셨습니다.
˝그럼 죄송한데 물이라도 한 잔 축일 수 있겠습니까˝
라고 하셔서 마침 상품 구매 시 추가 증정하는 생수 중 손님이 필요 없다고 가져가시지 않은 재고가 몇 개 남아 있어 그걸 드리게 되었습니다.정오가 한참 지났는데 아직 아무것도 못 드신 것처럼 허기지신 물 한 모금 들이키시는 모습에 묘한 미소와 함께 행복해 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. 양말 또한 거의 팔지 못하신 듯 큰 가방 하나에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.
˝ 잘 마셨습니다. 감사 합니다 ˝
라고 인사하시며 돌아서는 아저씨의 뒷모습, 아까 들어올 때보다도 더 다리를 더 절룩거리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. 멀리 골목 모퉁이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´ 그냥 양말 하나 사드릴 껄 그랬나´ 하는 후회가 들게 되더군요.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'여유가 있고 형편이 되어야 돕는거 아니냐' 고 하시더군요. 하지만 정작 나중에 여유가 생기더라도 더 인색해지고 더 자기를 위해서 사는 삶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. 물질적인 여유가 아닌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이 아닐런지 싶습니다.
비록 제 삶이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할지라도, 그래도 열심히 벌고 그만큼 다른 사람한테 베푸는 마음의 여유 만큼은 인색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해보게 된 경험이었습니다.